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감독의 2016년 개봉작인 <아가씨>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11번째 장편영화이다. 이루어지기 힘든 남자형사와 피고인여자 간의 관계에 대한 내용이다. 평소 박찬욱 감독은 감각적인 색조합, 영상미로 정평이 나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러한지 함께 알아보자.
줄거리
오랜기간 경찰로 근무해 온 베테랑 형사 장해준 (박해일 분) 은 어느 날 사건 하나를 맡게 된다. 암벽등반을 취미로 하던 60대 남성이 평소와 같이 암벽등반을 하다 발을 헛디뎌 절벽에서 추락사를 했다는 것이다. 취미로 암벽등반을 즐기던 사람이고 암벽등반을 하다 추락사하는 것은 흔할 정도로 위험한 활동이기에 경찰은 단순 자연사로 판단하여 일을 빠르게 마무리 지으려 한다. 형사 장해준은 죽은 남자의 아내인 송서래 (탕웨이 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약간의 질의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송서래는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게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를 눈여겨본 장해준의 형사 후배 오수완 (고경표 분)이 혹시 아내가 남편을 계획하여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닌가 의심을 해보지만 장해준은 '슬픔이 잉크처럼 퍼지는 사람도 있는 거야' 라며 의심을 잠재운다. 하지만 내심 신경 쓰였던지 조금 더 탐문수사를 진행하는데, 남편의 사인을 알려주는 상황에서 웃음을 참는 행동, 손에 있는 수상한 상처와 같은 의심스러운 부분이 조금씩 발견된다. 이를 파헤치기 위해 형사 장해준은 송서래를 따라다니며 잠복수사를 한다. 하지만 크게 이상한 행동은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관찰하며 매력을 느끼는데, 과연 형사 장해준은 편견 없이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또한 송서래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영화 헤어질 결심 대사 해석
이 영화는 개봉 후 각본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를정도로 각본이 좋고 각 대사의 의미가 심오한 편이다. 대표적으로 아내 송서래의 심문장면에서의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봐', 후배형사가 아내 송서래를 의심하자 선배 형사인 장해준이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또는 형사 장해준이 송서래에게 완전히 빠졌을 때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저 폰은 바다에 빠뜨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와 같은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디테일한 의미 몇 가지가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해준은 '나는 똑바로 보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한다. 그는 사건현장에서 죽은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고 범인을 잡아주겠다고 말하는데 눈은 진실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잠이 부족한 해준은 항상 똑바로 보기 위해 영화 내내 안약을 넣는다. 이 영화는 진실의 은유로서 군데군데 눈을 클로즈업해 보여주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해준은 진실을 똑바로 보려고 해서 잠이 부족하고 부족한 잠만큼 경찰로서 품위가 있다. 그렇게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해이해진 품위를 나타내는 장치가 있다. 바로 풀어진 신발끈인데 그는 줄곧 구두같이 보이는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사건이 생기면 잘 달려야 하고 잘 달리기 위해선 반드시 끈을 잘 묶어야 하는데 그런 신발끈이 서래와의 데이트 때 풀어진다. 영화에선 이를 클로즈업하며 강조하고 이것은 서래와의 관계가 진행될수록 해준의 경찰로서의 정체성이 붕괴되는 것 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숨은 뜻이 영화 곳곳에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메타포가 이 영화를 더욱 완전하게 만들어준다.
등장인물
영화의 등장인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해준역에 박해일 그리고 송서래역에 중국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기본적으로 두 캐릭터 다 미스테리한 인물들인데 박해일은 소년스러운 얼굴에 뭔가 비밀이 감춰져 있을 듯한 신비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고 탕웨이는 이전작품 '만추', '색, 계'같은 영화로 보여줬듯 멜로에 가장 최적화된 배우이다. 멜로는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장르인데 감정을 가장 입체적이면서 깊은 감정선을 보여주는 인물로 어눌한 한국어 솜씨가 오히려 그녀를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캐릭터의 캐스팅이 너무나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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